지그문트 바우만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고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몇 가지 감정이 존재한다. 기쁨, 슬픔, 괴로움, 분노와 같은 기본적인 감정들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되어왔고, 영화:인사이드 아웃으로도 나왔으니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감정이다.
오늘 하루 내 기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살펴야 한다. 언급한 대표적인 감정들은 특정 사건이 발생할 때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가령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다면 슬픔 감정이 나타나며,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기쁜 감정이 나타난다. 그러나 보다 일상적인 감정은 더욱 다양한 언어들로 표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공포가 그러하다. 어쩌면 우리는 공포 영화를 볼 때나 공포라는 감정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들 것이다. 또한 두려움과 비슷하기에 단어로 사용되는 빈도수는 적다.
그러나, 나는 내 기분을 이해하고 잘 관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감정은 공포
라고 생각한다.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있어서 대표적인 시간낭비는 자꾸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메일이나 카톡을 확인한다던지, SNS을 하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나에게도 습관화된 행위였다.
나는 그 행위의 근본은 공포라는 감정이라고 본다. 공포는 사람들의 마음에 불안을 키우고, 행동하게 만든다. 내가 피해입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내가 피해입을 것들에 대한 불안감은 모두 공포라는 감정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공포를 느낄 때,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은 공포스러운 상황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내일 시험 합격 발표가 있다면 우리는 발표 전에 떨어질지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이를 해소하는 한 가지 방법은 떨어졌을 때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리스크를 계산하는 게 공포의 양을 줄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리스크를 계산하는 것과 내가 느끼는 공포의 감소는 관련이 없다. 그러니까, 시험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은 공포스러운 상황에 도움되지 않는다.
치과에서 충치치료를 할 때 느끼는 공포는 상황을 마주하고 해소되기 전에는 내가 어떤 행위를 하던지 줄어들지 않는다. 어쩌면 오히려 공포를 키우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공포를 해소하기 위해서, 공포를 계산하지 않는다. 리스크를 계산하는 것, 미래에 일어날 상황들에 대해서 실패 가능성을 측정하는 것이 도움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물론 미래에 대한 보상을 높이기 위해서 행위는 교정된다. 그리고 공포스러운 상황을 마주 하지 않고 기분좋은 상황들로 유도될 수 있도록 내가 조종해야 한다. 그러나 인생에는 피할 수 없는 공포가 존재한다. 시험 합격 발표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 같은 상황들은 피할 수 없이 다가온다.
이를 현명하게 대체하는 방법은 공포를 계산하지 않고, 그저 맞이하는 것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생각해서 불안해 하는 것보다 현실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길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