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착각한다.
📚 Series: 인지를 이해하는 길 1
나는 인공지능을 공부하면서 오히려 인간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깨달음은 인공지능과 뇌의 신경망 모두 뉴런이라는 존재가 정보를 처리한다는 사실이다. “뉴런이 정보를 처리한다” 이 지극히 간단한 명제는 인지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믿음을 알려준다. 우리는 정보를 처리할 뿐, 정보 본연의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마치 정보가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것처럼, 착각하며 정보가 지닌 본연의 모습을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예를 한 가지 들어보자. 잠실의 롯데타워를 아는지 물어보면, 사람들은 대부분 안다고 대답한다. 롯데타워의 생김새와 크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둥근 타원 모양, 겉표면의 유리로 이루어진 건물로써 말이다. 혹은 멀리서도 나침반으로 쓸만큼 잘 보인다는 묘사를 포함해서. 그러나 이러한 정보들을 롯데타워가 아니다. 이 정보는 대상을 추상화한 정보들이다. 롯데 타워 모습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유리의 얼룩조차 놓치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지하는지 방식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이유는 나를 알고자 함이다. 뇌의 정보처리 방식을 알고 우리 자신을 더욱 잘 안다면, 우리는 더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모든 것은 인지로부터 비롯되므로, 즐거운 인생 또한 인지의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인식을 바꾸는 것, 그것이 행복해지는 길 중 하나이다.
🐢 “거북이 - 빙고”
에 나오는 가사처럼, “모든 것은 마음 먹기 달렸다"
. 나는 이 응원 같은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마음 먹는다”
는 것은 뇌가 인지하는 방식을 표현한 것이며, 좀더 물질적으로는 뇌의 뉴런의 활성화가 인지이다. 이것은 실제 세계와는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다. 오히려 실제로 일어난 사건과는 반대로 인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인간이 처리하는 모든 것은 사물 본연의 모습이 아니며 개인이 처리한 자신만의 정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우리의 뇌는 외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정보를 입력받는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도 글자에 대한 정보가 뇌에서 처리되고 있을 것이다. ㅁㅈㄷ려ㅑㅁㅈㄷㄹ
← 이런 글자라도 말이다. 이 때, 우리가 보는 정보는 사실 색깔에 대한 패턴이다. 검은색과 흰색의 패턴 말이다. 이 패턴이 뇌에 들어오면서 우리 뇌는 해당 정보가 어떠한 사실과 연결되어 있는지 파악한다. 이게 글자의 형태를 띄고 있다면, 글자 뉴런이 활성화 된다. 더욱 자세하게는 한국어 글자 뉴런이 활성화 된다. 어쩌면 자음과 모음 뉴런이 존재할 것이고, 띄어쓰기 구분 뉴런이 존재해서 글자를 인식하게 된다. 모든 정보는 뇌에서 활성화로 일어나며, 특정 역할을 지니는 뉴런이 활성되면 우리는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는 예시가 속독이다. 한 번에 하나의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문장 혹은 문단을 한 번에 입력으로 받는 것이다. 이러한 대용량 처리가 한 번에 가능한 이유는 개별 글자를 인지하고 문장을 인지하는 대신에, 문장을 한 번에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독은 머리가 비상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천재의 영역이라고 치부되기 보다 문장을 단숨에 인지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그가 반드시 문장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인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가 만일 책 한 권을 1분만에 읽는다면, 그건 그 책의 글들이 그가 문장 혹은 문단 단위로 인식할 수 있는 문장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일반인도 인지 방식을 바꾸면 속독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지는 어떤 뉴런을 활성화시키는지의 여부가 중요하고, 글자 모양들을 토대로 문단의 의미를 지니는 뉴런을 활성화시키기면 되기 떄문이다. 물론 본인이 스스로 정한 한계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말이다. “나는 못하는 속독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우리는 글자 모양을 보고 문장을 해석하여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의미를 파악한 뉴런이 활성화 되면, 머리속에서 의미를 안다고 다시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아는 것을 포착하는 것, 이것을 인식 또는 인지라고 하겠다. 인식은 결국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롯데타워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문장의 뜻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이것을 담당하는 물리적 실체 또한 결국에는 또다른 뉴런이다. 이 뉴런을 인식뉴런이라고 부르자. 이에 대한 타당성은 무의식으로부터 보일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들을 처리하며, 정보처리는 자동적이다. 예를 들어서, 광고업계는 대부분 인간의 무의식을 대상으로 하는데,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무의식 속에 광고 내용을 집어넣는 것이다. 이는 인식 뉴런이 활성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의식적으로 광고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의식 속에는 남아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식 뉴런이 다른 뉴런들의 활성화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인식하지 못했을지라도 우리가 보는 모든 정보들은 뇌에서 자동적으로 처리하며, 무의식 속에 강아지의 털 윤기, 꼬리 길이와 같은 정보들이 처리되어 저장된다. 이 때, 조심할 점은 정보 자체가 저장되지 않고, 처리된 정보가 저장된다는 것이다. 시각적으로 우리 눈에 보여진 강아지의 정보는 정확하다. 그러나, 뇌에 저장된 강아지의 정보는 추상화된 정보들의 집합체이다. 인간의 뇌는 꽤나 특별해서 수 많은 정보들 중에서 의식적으로 몇가지 정보들을 선택해서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것 같다.
이 과정은 마치 자판기처럼, 특별한 동전을 넣을지라도 나오는 음료수는 자판기 내부에 있는 것들 중 하나라는 사실과 비슷하다. 개개인의 인간이 특별한 이유는 이 자판기가 다양한 특별하고 음료수들을 담을 수 있는 능력 덕분이지싶다. 더러운 동전이든, 깨끗한 동전이든, 우리가 인식하는 것들은 모두 자판기 내부에 있는 음료수들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 명언 한가지 알고 있다.
내가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그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
- 생텍쥐페리예전에 책을 읽으면서 적어둔 구절인데, 책 제목을 다시 찾으려고 해도 찾지 못했습니다. 혹시 출처를 아시는 분은 제보해주시면 커피를 사겠습니다..ㅎㅎ
여기서 “그”는 어떠한 정보를 담고 있는 실체이다. 그러나, 이 정보를 해석하는 두 사람, “나”와 “그 자신”은 실체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며, 생텍쥐페리는 그게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스스로가 자신을 인식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우리 인간은 인식의 동물이며, 똑같은 사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르게 바라본다. 어쩌면 뉴런들의 활성화로부터 우리가 존재를 인식하고 느낀다는 것이 무의미하여 허무주의로 빠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개개인이 서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기에 오히려 개개인은 특별하고 소중하며, 세상을 더욱 색다르고 즐겁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존중한다는 것은 이러한 인식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기초적인 시작점은 뉴런들의 상호작용이다. 뉴런들의 상호작용인 회로는 개개인의 정보처리 과정을 나타내며, 정보의 처리방식 자체에 옳고 그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의 인식에는 옳고 그름이 존재하지 않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옳고 그름이 존재한다.
내가 말하는 인식은 우리 뇌가 실체를 해석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러나, 실제 세계는 우리의 인식과는 별개로 실존하는 것이고, 수많은 물질들이 상호작용하는 환경이다. 이 속에서 우리의 인식과 실제는 서로 불일치 할 수 있으며, 언제나 이 두 가지, 실제 세계와 인식이 서로 대치하며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서, 팀원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내가 프로젝트를 인식하는 것과 별개로 실존하는 프로젝트는 정보들을 담고 있다. 마감일, 팀원들, 목적과 같은 정보말이다. 이 사실들은 내가 인식하는 방법과는 별개로 실존하는 정보들이며, 어떠한 인식의 편견도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마감일이 10일 남은 것에 대해서 실제 세계에서는 240시간이라는 사실적 정보가 있으나, 우리 머릿속에는 짧은 시간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또다른 말로 표현하면, 객관적인 정보와 주관적인 정보이다.
뇌는 언제나 두 가지 정보를 동시에 담고 있으며, 우리가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언제든지 왜곡될 수 있다. (🐢 모든 건 마음 먹기 달렸어~~
) 대부분의 사회적 문제들은 주관적 정보, 즉 인식의 차이로부터 발생하는 것 같다.
이 글에서는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은 인식된 정보들이고 실체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한다.
이러한 인지 및 실체의 구분으로부터 사람들이 인지하는 수 많은 것들에 대해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길은 그가 생각하는 방식, 생각의 근원이 되는 것들의 동작 방식을 이해함으로써 가능하다. 나는 앞으로도 인지에 대해서 배우며 사람에 대해서, 나 자신에 대해서 더 많은 것들을 파해치고 싶다.
나에게 보다 이런 이해가 중요한 것은 내가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힘들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봐왔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세계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 나는 이러한 영향력이 부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적어도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 및 그것을 통제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다루는 기술들이 아닐까 싶다. 인지를 분석한 것도 실은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한 것도 없지 않다. 결국은 이해하는 수준이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으나,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 헤르만 헤세